오랜만에 의약품 포스팅. 나는 일단 내가 궁금한 약물만 공부하기 때문에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조금 주제가 중구난방일 수 있을 것 같다. 그나마 약국에서 근무할 때는 처방 진료과와 파는 일반 의약품 위주라 방향성도 있었지.. 지금은 해열제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바르비탈이요? 최면둥절. 그래도 늘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겠지 하는 마음, 내가 궁금한게 너가 궁금한거야 라는 마음으로 정리해봄.
아마 비의료인이면 대부분 인터넷에서 간츠 박사님의 이 짤을 보고 펜토바르비탈을 접한 경우가 대부분일 것으로 추측한다. 약사인데 박사라니.. 약을 박사가 될때 까지 공부하셨다니.. 안락사에 쓰이는 의약품으로 고통없이 죽을 수 있는 혁명적인 신약처럼 펜토바르비탈이 묘사되어있는 바로 이 다큐의 일부. 과연 실제로 그럴까? 하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진정 수면 및 항경련제로 쓰이는 Barbiturates 계열의 의약품 중 단시간형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의약품은 세코바르비탈과 펜토바르비탈이 있으며 실제로 펜토바르비탈 말고 세코바르비탈도 종종 안락사 의약품으로 사용된다. 다만 펜토바르비탈의 경우가 시간이 조금 더 짧게 걸린다. 그마저도 Mean 값과 Median 값이 그런 것이고 Range는 환자마다 천차 만별임. 오히려 치사량을 투여했을 때 단시간형인 Penobarbital의 최장시간이 더 짧기도 하고 그렇다.
심지어 요즘 안락사의 경우는 DDMP (Diazepam, Digoxin, Morphine, Propranolol) 조합의 약물을 사용하기도 하고 Secobarbital도 종종 활용한다. (고 한다.)
그럼 왜 유독 이 Pentobarbital 만 마치 고통없는 죽음의 대명사 처럼 소비되고 있느냐?
하면 뭐, 당연히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간츠 박사님의 다큐 때문이기도 하겠고, 실제 환자나 동물의 안락사가 아닌 미국의 사형수 안락사에 활용 되는 약물이며 안락사가 법적으로 허용된 네덜란드의 주 활용 약물이 펜토바르비탈이라서 그런 것으로 추측. 네덜란드의 경우 펜토바비탈나트륨 9g + 100ml 20% 에탄올 수용액을 경구용 표준 안락사 약물로 사용하며 의사의 감독 하에 복용이 가능하다
이를 두고 인터넷에서는 왜 우리나라에서는 펜토바르비탈을 안파는지 왜 불법인지 , 죽을 자유도 없는 이게 나라냐 (?) 하는 글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일단 안락사가 합법인 나라나 처형에 사용하는 미국이라고 해서 펜토바르비탈을 무슨 편의점에서 타이레놀 살 수 있듯이 구매가 가능한게 아니며, 우리나라에도 펜토바르비탈 제제가 있긴 하다.
조력자살의 합법화가 되어있는 스위스에서도 펜토바르비탈은 병원 뿐만 아니라 국가의 승인까지 떨어져야 사용 가능하며, 애초에 약물 자체가 향정신성 의약품이라 굳이 자살을 위한 목적이 아니더라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의약품이 아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팔긴 파는 엔토발. 주로 기본 그 목적인 전신마취와 항경련제 한정 목적으로 쓰이는 주사제지만. 문제는 이 역시 향정신성의약품이라 쉽게 구할 수 있는 의약품이 아니며 1 Ample 당 100 mg 의 Pentobarbital 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이론상으로 9g에 해당하는 펜토바르비탈을 사용하려면 무려 90개의 Ample을 구해야 한다. (..) 동시에 경구제가 아니므로 저 진정이 필요하니 처방해주세요.. 해서 따박 따박 모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급여 의약품이기 때문에 심평원에 따박따박 청구가 되기 까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 "그래서 정말 고통없이 죽느냐?" 에 대한 대답 역시 정확히 YES라 할수 없다. 약물학 기전 관점에서 배울 때 중추억제효과로 인한 체온강하, 혈압강하와 동시에 과량 투여시 호흡억제 작용이 나타나는데 (이 기전을 활용하여 자살하는 거 겠지만.) 호흡억제가 과연 고통스럽지 않을까가 의문. 물론 마취작용이 선 작용하기 때문에 마취된 상태에서 호흡이 억제되어 말 그대로 쥐도새도 모르게 호흡이 억제된다면 할말이 없긴 하다만, 질식사가 결코 고통없는 무고통의 죽음이 아님을 생각하면 고통없는 죽음도 단언하기엔 힘들다.
종종 안락사 된 강아지들의 견주 이야기들을 듣다보면 숨을 헐떡이다가 조용히 눈을 감았다는 표현이 많이 나오는데 , 이 숨을 헐떡이는 과정에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는 죽은자는 말할 수 없으니까.
음 호기심에 공부를 시작했다가 졸지에 중2병 멘트로 마무리 되는것 같은데 그런의도는 아니다. 나는 학술적인 궁금함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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